얼음나무 숲 - 하지은 책 봐

 하지은 씀

 로크미디어 펴냄

 2008년



  이쯤에서 우리가 언급해야 할 또 한 사람이 있다. 생소한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아나토제 바옐의 전성기였던 1628년에는 에단에서 가장 뛰어난 피아니스트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당시 에단에서 명망이 높았던 귀족 가문 모르페가의 자제이다. 셋째 아들인 그는 가문을 물려받기 어려웠고 따라서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열 살 때 어단 음악원에 입학한다. 사실 에단의 귀족이면서 가문 내에 음악가가 없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었기에 그렇게 한 것이었지만, 그는 거기서 아버지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 중략 -
  만약 그가 아나토제 바옐을 쫓아다니는 시간에 피아노를 더 연습했더라면 1천 페이지에 달하는 이 고급 전기의 주인공은 아나토제 바옐이 아닌 그가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무튼 그는 역사에 남을 명피아니스트의 자질을 가졌음에도 '마에스트로'보다는 '아나토제 바옐의 친우'로서 남기를 더 원했던 것 같다. 그의 바람대로인지 작금의 모든 음악서나 전기에서 그의 이름은 항상 '아나토제 바옐의 절친한 친구' 혹은 '아나토제 바옐의 열렬한 추종자' 등으로 기록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 책에서 그 이름 앞의 수식어를 감히 이렇게 적어 보고자 한다.

  고결한 여명의 주인이자 영원한 드 모토베르토, 아나토제 바옐. 그리고 그의 유일한 청중이었던, 고요 드 모르페.

                     바벨 포론, <<아나토제 바옐 전기>> 에서

- 얼음나무 숲 中


  바옐의 음악에 압도되어 그와 경쟁하기 보다는 동경하며 유일한 '그 사람'이 되고 싶어하는 고요.
  모토벤의 아들이라 불리는 자타공인 최고의 마에스트로지만, 자신에게 없는 고요의 순수함을 질시하고 자신의 음악을 진정으로 알아줄 사람에 목마른 바옐.
  <얼음나무 숲>은 음악의 도시 에단에 동시대에 나타난 두 천재의 우정과, 동경과, 질투에 대한 기록물이다.
  '천재'와 '광기'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가 보다. 역사에서도 현실에서도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걸 보면. 천재의 광기, 천재를 동경하다 못해 미친 추종자, 천재를 천재라 알아보는 광인. 평범하지 않은 소수가 역시 평범하지 않은 소수를 알아보는 걸까?
  꽤 재미있게 읽었고, 작가의 다른 책에도 관심이 생겼다.

덧글

  • DonaDona 2013/10/02 14:45 # 답글

    로크미디어의 노블레스 클럽 중에서는, 확실히 얼음나무 숲이 임팩트가 강했죠. 저는 라크리모사를 더 좋아하지만요.
  • Mika 2013/10/03 09:31 #

    라크리모사도 같이 빌려왔는데, 기대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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